성지를 찾아서 제 2편,
여수 애양원 성산교회를 찾아서
한센병 환자의 보금자리이며 순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여수 애양원은 1928년에 건립돼 80여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수공항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여수 애양원은 영화 ‘사랑의 원자탄’의 주인공이었던 손양원 목사의 순교기념관이 있어 매년 이곳을 찾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애양원 병원과 성산교회의 설립배경을 알게 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애양원 병원은 1909년 ‘포사이트’선교사가 의사 오웬씨를 치료하기 위해 목포에서 광주로 오는 도중 길가에 쓰려져 있는 한센병 여자환자를 돌봐준 것이 계기로 설립됐다.
이 한센병 여자 환자는 그해 3월에 부임해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윌슨(Robert M. Wilson)과 몇몇 선교사들에 의해 치료를 받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양의학으로 ‘한센병’을 치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광주 제중원장직을 맡고 있던 윌슨 선교사는 자신의 사택건축을 위해 벽돌을 굽던 가마터에 당시만 해도 천형(天刑)으로 알려진 한센병 환자 10여명을 수용, 치료를 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당시 전라도 최고 건달로 불렸던 최흥종씨는 윌슨 등 몇몇 선교사들이 소외받고 있던 한센병 환자의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되고, 그가 광주 봉선동에 약 1,000평의 부지를 기증하면서 애양원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이것이 한국 최초의 한센병원인 광주나병원이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들로 병원이 좁아지자 1928년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18번지로 이전했으며 당시 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한센 병자 600여명이 옮겨와 지금의 애양원을 이루게 됐다.
이후 1936년 광주 나병원을 '여수 애양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오늘날의 ‘애양원 시대’를 열게 됐던 것이다.
오늘날 여수 애양원이 공동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한센병 환자와 선교사, 의사들의 신앙적 터전이었던 부속 교회의 힘이 컸다.
오늘날 성산교회는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수노회소속 애양원의 부속 전도실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애양원은 병원과 교회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한 것이다.
애양원 병원은 정형외과와 피부과, 마취통증과, 내과 등이 있으며 국내 단일병원으로 관절수술 분야에서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정형외과는 각종 마비현상과 골절, 인공관절 등의 수술로 유명하며 연간 약 4만 여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3천여명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있다.
현재 애양원 성산교회에는 약 340명의 신도가 있으며 이들은 애양 양로원과 인근의 도성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신도들은 대부분 노년층으로 평균연령이 85세이다.
이들은 철저한 신앙심으로 남에게 의지해서 살기보단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소년ㆍ소녀가장 돕기, 결식아동 돕기 등에도 모금을 통해 기부하고 있으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발 벗고 나서고 있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다.
이들은 현재 매월 ‘사랑의 실천모금’운동을 전개해 각종복지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성산교회를 이끌고 있는 이광일 목사는 지난 1984년 전도사로 부임, 애양원과인연을 맺은 뒤 현재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해 1백주년을 맞아 애양원의 소중한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본래 애양원 본관이었던 역사박물관과 손양원 목사 기념관이 그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있다.
손양원 목사는 1939년 7월 14일 부임한 뒤 1950년 9월 28일 공산군에 의해 총살당할 때까지 제 2대 애양원 교회 목사였다.
손양원 목사 기념관은 그동안 애양원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
현 성산교회 목사인 이광일 목사는 유년시절 오랜 시간 동안 방황의 세월을 보냈으며 그가 방황의 삶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신앙을 전파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그간 교회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매년 애양원을 찾는 약 4만 명의 수련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당초 역사관건립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역사관 건립 후 약 20억 원의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는 공사에 투자할 자금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열악한 교회재정만으로 전시관과 기념관을 유지하다보니 전시물 등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는 항상 신도들에게 남에게 베푸는 삶을 강조한다.
교회를 찾는 수련생들에게 양로원의 허드렛일을 시켜면서 사랑과 봉사를 몸소 체험하도록 한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항상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아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이광일 목사는 “결코 이곳이 성지라고 불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곳에 와서 봉사하고 사랑하면서 아파하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이곳이 우리마음의 성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양원목사 당시 성산교회모습.
‘사랑의 성자’ 손양원 목사 기념관
여수 애양원에서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손양원 목사 기념관이다. 손 목사는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거목이다.
‘사랑의 성자’라 불리는 손양원 목사는 1902년 경남 함안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908년 장로였던 부친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고향에 있던 칠원 공립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동방요배를 강요하자 그는 기독교 신앙에 위배된다며 단호히 거절했으며 이로인해 결국 퇴학 처분을 받게 됐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1921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의 쓰가모 중학교 야간부를 다녔는데, 동양선교회의 활동에 큰 감동을 받고 귀국해 경남성경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그곳에서 부산 초량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성경학교 강사로 나오던 주기철 목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가르침에 크게 감동을 받아 주 목사를 스승으로 받들게 된다.
1925년 성경학교를 졸업한 그는 첫 임지가 부산 나병원교회 전도사였다.
그가 나병원교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부산 나병치료소인 ‘상애원’에 기거하던 나권사라는 사람이 그의 설교를 듣고 나서 그를 ‘상애원’에 와서 설교를 해 달라고 부탁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신학을 깊이 배우기 위해 1935년부터 3년 동안 평양신학대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여수의 애양원 교회에 목사로 부임했다.
△손목사가 직접 썼던 설교노트.
당시 일제치하 때 신사참배의 강요가 기독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양원 목사가 소속한 교단에서 신사참배를 참여하게 됐는데 그는 ‘신사참배가 우상숭배’라며 단호히 참배를 거부했다.
그는 1940년 9월 수감돼 온갖 핍박과 고문을 당했지만 끝까지 신앙의 절개를 지켰다.
1945년 해방이 되자 6년여 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과거 목회를 하던 애양원 교회로 돌아 왔다.
하지만 평온한 삶도 잠시 뿐, 그와 그의 가정에 피해 갈 수 없는 시련이 다가왔다.
△옥중에서 두아들과 주고받았던 서신.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순천사범학교에 재학 중이던 첫 아들 동인과 둘째 아들 동신이 공산당을 추종하던 급우 안재선을 비롯한 동료에게 총살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반란이 진압되고 자신의 아들들을 죽였던 안재선을 만나게 됐는데, 그는 자신의 원수를 양아들로 입양해 친 아들과 같이 사랑했다.
하지만 1950년에 6.25 사변이 터져 부산을 제외한 남한 전체에 공산당의 수중에 들어갔고 여수 애양원에까지 공산군들이 들이닥쳤다.
그는 120여명의 목사들과 함께 체포돼 여수 감옥에 감금됐다가 그해 9월 28일 밤 미평의 과수원에서 공산당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천형을 앓고 있던 한센병 환자들과 더불어 살았으며 자신의 아들들을 죽인 친구를 양아들로 삼아 사랑을 베풀었던 손양원 목사는 온몸을 희생하면서 기독교의 사랑을 묵묵히 실천한 목회자로써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강진군민신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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